'2009/07'에 해당되는 글 14건

  1. 위안 (1) 2009/07/26
  2. 오늘은 그런 날 2009/07/26
  3. 그 남자 그 여자 2009/07/25
  4. 채널 어니언 2009/07/25
  5. 상실의 시대 2009/07/20
  6. 바이러스 2009/07/16
  7. now 2009/07/15
  8.   2009/07/14
  9. 냉정과 열정사이 2009/07/14
  10. 상실의 시대 2009/07/10

위안

from blahblah 2009/07/26 21:12

 그녀의 책과, 델리스파이스의 오랜 노래, 그리고 몇 가지 기억들에 기대어 숨을 고른다. 그 밤, 그 거리의 풍경과 냄새와 걸음 걸음의 발자국 소리가 생생히 스치고, 그 다음엔 누구의 것인지 모를 마음이 스친다. 다 기억할 수 조차 없는 그 날의 이야기들. 찰칵, 하는 셔터음, 그리고  가슴이 저릿할 만치 활짝 웃고 있는 기억속의 나. 무엇이 나를 그토록 웃게 했을까.

 과거에 기대어, 나는 미래에 살고 있다. 오지 않을 것들과 다가올 것들을 미리 느끼면서, 나는 느껴지는 모든 것들을 모른체 한다. 무엇인가가 잘못된거다 - 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좋다. 무언가 더 바른 상태가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 나에게 위안이 된다. 

 오늘, 소금끼를 머금은 끈적한 바닷바람도 없이, 쏟아지는 햇살에 반짝이며 출렁이는 바닷물과 그것보다 조금 더 뽀얗던 하늘과 구름을 본 것이, 비가 온다던 일기 예보를 보고 기대하지 않았던 마음에 위안이 된다. 최소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나 있으니, 적어도 한동안은 괜찮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분간 마음은 여행을 보내둬야지. 나는 느리게 느리게,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오늘은 그런 날

from blahblah 2009/07/26 20:27

 오늘은 술술술 글이 잘 써지는 날.
 그러나 하나도 공개할 순 없지요. 

:P



그 남자 그 여자

from letter box 2009/07/25 21:15
 
"그냥 있을까.. 아니면 나 먼저 갈까?" 
 이런 날은 아무래도 남자가 혼자 있고 싶어 할 거 같아서 여자는 그렇게 물어봅니다. 
 무슨 일인지 알 순 없으나.. 어쨋든 여자와 남자 둘 사이의 문제는 아니고, 
 아마 회사 일인 듯 한데, 어차피 물어도 대답은 안 할거고.. 
 그리고 이럴 때는 으레 혼자 있고 싶어 했었고..
 그런 생각 끝에 여자는 이미 핸드백을 집어든 상태. 

 남자는 예상대로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그럴래? 그럼 오늘은 먼저가고 내가 내일 전화할께."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얼굴에는 언뜻 고마움 같은 것도 나타납니다. 
 '혼자 있고 싶어 하는거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런마음. 

 먼저 간다고 말은 했지만 혼자 남겨두는 것도 혼자 가야 하는 것도 못내 아쉽고 서운한 여자 
 그래도 애써 표정을 감추며 손을 흔듭니다. 
 소리 나지 않게'갈게' 입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왜 너는 나와 고민을 나누지 않는가? 
 연애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 그건 두 사람이 가장 자주 싸우던 주제였습니다. 
 '왜 너는 나와 고민을 나누지 않는가? 왜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알 수가 없는가?' 
 이것이 여자가 서운한 이유였고,
 '말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니까 그렇잖아..좋은 것도 아니고 둘이 같이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어'
 이것이 남자가 입을 다물던 이유였죠. 

 이유는 서로에게 더 잘하고 싶어서 였지만, 결과는 서로에게 피곤함만을 안겨주었던 말다툼. 
 하지만 이젠 그런 다툼 대신 혼자 조금 미안해하고, 혼자 조금 아쉬워하며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게 된 두사람. 

 카페 문을 나온 여자는 
 '뭔지 몰라도 잘 풀려야 할텐데.. 문자 메시지를 보낼까? 아니다, 생각하는데 방해 되겠지'
 남겨진 남자를 걱정하며 버스정류장으로 타박타박 걸어가고. 
 카페 안에 앉아있는 남자는 
 '혼자 가느라 심심해 하겠네' 
 여자의 쓸쓸했던 뒷모습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 결국 전화기를 꺼내 듭니다. 

 곧 딩동 여자 핸드폰이 울리고 도착한 남자의 문자메세지. 
 "니 걱정 하느라 내걱정이 뭔지 까먹었다. 아직 버스 안탔으면 정류장에서 기다려줄래?" 

 그대의 복잡함에 내 외로움을 양보하고...
 그대의 외로움에 내 복잡함을 잊고...

채널 어니언

from letter box 2009/07/25 21:10


누군가 그러더군요.

 "혼자 설 수 있으려면 강해져야 하는거야" 

하지만 지나치게 강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혼자서만 서 있고 싶지도 않구요.
 
적당히 약해서 둘이 기대야만 설 수 있는,
상대방에게 응석도 부리고 위로도 해줄 수 있는,
그런 온기가 있는 부드러운 마음을 갖고 싶습니다.
 

상실의 시대

from letter box 2009/07/20 01:06

무엇인가를 생각해야지, 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알수 없었다.
게다가 솔직하게 말해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할때가 오겠지...
그때가서, 천천히 생각하자고 나는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ㅡ
             
       

바이러스

from blahblah 2009/07/16 23:22

 어제 얻어온 프로그램을 깔아 볼까 싶어 USB를 꽂았는데, 갑자기 늘상 잠잠하던 백신 프로그램이 떴다. 바이러스가 침입한 것이다. 산지 반 년도 안된 노트북에 바이러스 따위라니.

 집에 돌아와 귀걸이를 빼며 거울을 보는데, 아랫 입술이 이상해 자세히 보니 수포가 3개나 올라와 있다. 벌써 입술 아래로 번진 상태. 요 며칠 내 피곤하다 싶더니, 바이러스가 도진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내내 잠복해 있다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이렇게 보란듯이 기막힌 타이밍에 나타난다.

 나는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까. 내가 알지 못하게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는 어느정도 일까. 백신을 깔고 백업을 해둘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몸과 마음은 그 흔한 백신이나 백업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덜컥,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번번히 뻗고 만다. 늘, 같은 바이러스에 당하면서도 속수무책이다. 늘.




 

now

from wish list 2009/07/15 00:08

노래가 가득담긴 외장하드
10만원 도서 상품권
에그타르트
칭찬
더블 사이즈 침대
4박 5일
굴하지 않는 배짱
그녀
너그러움
노래방 
사과
회색 스웨터
왕복 항공권
편지
5월의 햇살
찜질방
7번 볼 수 있는 영화
자동차
믿음
완전한 대화
딸기
사소한 것에 마음 두지 않는 여유



 

from letter box 2009/07/14 23:07

나이를 먹는 것 자체는
그다지 겁나지 않았다.
나이를 먹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그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어떤 한 시기에
달성되어야만 할 것이
달성되지 못한 채
그 시기가 지나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니다.

나는 정말 알알하게
내 온몸으로 느낄수 있는 생의 시간을 
자신의 손으로 쥐고 싶다.

냉정과 열정사이

from letter box 2009/07/14 00:11

나는 쥰세이의 얘기를 듣는 게 좋았다. 
강변 길에서,
기념 강당 앞 돌계단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도중에 있는 찻집에서,
우리들의 바에서. 
쥰세이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누구한테든,
당황하리만큼 열정을 기울여 얘기했다. 
항상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했고,
그 이상으로 이해받고 싶어했다. 
그리고 얘기를 너무 많이 했다 싶으면 
갑자기 입을 꾹 다물어 버리곤 했다.
말로서는 다 할 수 없다는 듯. 
그리고 느닷없이 나를 꼭 껴안곤 했다. 
나는 쥰세이를 헤어진 쌍둥이를 사랑하듯 사랑했다. 
아무런 분별도 없이


상실의 시대

from letter box 2009/07/10 21:53

마치 내 몸이 두개로 갈라져서 
밀고 당기는 듯 한 느낌이 들어.
한복판에 굉장히 굵은 기둥이 서 있어서,
그 주위를 빙빙돌며 술래잡기를 하는거야.

꼭 알맞은 말이란, 늘 또다른 내가 품고 있어서
이쪽의 나는 절대로 따라잡을 수가 없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