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hblah'에 해당되는 글 68건

  1. 겨울 2 2012/01/31
  2. 좌표 2010/11/26
  3. 설득의 문제일까, 아니면? 2010/06/18
  4. 독도가 왜 우리땅이냐 물으신다면, (1) 2010/03/16
  5. 어머니의 밥 그릇 (2) 2010/01/24
  6. Lost 2009/10/30
  7. 될 때 까지 한 번, 2009/10/18
  8. 뭐, 나쁘지 않아 2009/09/11
  9. 일 복 2009/08/25
  10. 조금 더 drive me crazy 2009/08/18

겨울 2

from blahblah 2012/01/31 10:28

그러고 보면 늘 겨울이었다.
내게 시련이라 느껴지던 계절은,

아, 아니 한 번의 여름이 있었구나.

아 좋았던 겨울도 있었던가...
모르겠다.
기억이 나질 않는 좋은 겨울 따위 이제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바람이 차고,
숨쉴 때 마다 폐까지 얼어붙을 듯한 공기가 코로 스민다.
잔뜩 몸을 웅크린 나는 한 껏 경직된 근육 곳곳이 뻐근해 
젖은 솜처럼 잔뜩 무거워진 걸음걸음을 한 발짝 한 발짝씩 옮겨가고 있다.

재밌는건, 대학 무렵까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었다는거다.
눈 내린 겨울의 아름다움과 낭만이 좋았고,
아무 일 없이도 그저 즐거운 연말과 들려오는 캐롤을 너무나 사랑해서.

그런데 뭐지,
남국을 떠난 후의 겨울은
줄곧 내게 시련이니.

가만히 있어도 손이 시리다.







 

좌표

from blahblah 2010/11/26 16:15

이 곳으로 돌아왔다.

긴 여행이 끝나고 -
익숙한 모습의, 적당히 어지러운,  혼자서 조근조근 살아가던 그 집으로 들어선 기분.

잠시도 멈춰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화살표가 되어
넓은 지도 위를 자신조차 잡아낼 수 없는 속도로 다니다,
어느 순간 땅으로 내려온 나는 작은 점이 되어 
스스로가 위치해야 할, 표시되어야 할 좌표를 향해 머뭇 머뭇

지금 나는 좌표 없는 점이다.




 언제봐도 짜증나는 ㅈㅅㅇㅂ지만, 제목만 봐서는 피할 길이 없어 나도 모르게 클릭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참여연대 '서한' 파문] "내 심장이 썩어… 인제 제발 그만 하길"

 내용은, 천안함 사고로 소중한 아들을 잃은 한 할머니가, 안보리에 천안함 의혹을 재기하는 서한을 보낸 참여연대에 찾아가서 제발 그만 두라며 호소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처장에게 "이북에서 안 죽였다고 하는데, 그럼 누가 죽였는지 말 좀 해 보라"며 "모르면 말을 말아야지 뭐 때문에 (합동조사단 발표가) 근거 없다고 말하나. 이북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말해도 한이 풀릴까 모르겠는데 왜 이북 편을 드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씨는 또 "모르면 모르는 대로 넘어가야지 왜 외국에 서신을 보냈나. 우리나라가 해결할 일을 왜 외국까지 알리냐"라고 항의했다. 윤씨는 "가슴이 터져서 시골에서 올라왔다"며 "어미 심정을 알아야지. 한이 쌓인다. 심장이 뒤틀어지고 썩어간다. 하루 사는 게 지옥인데 내 가슴에 못 좀 박지 마라"고 울먹이며 가슴을 쳤다.


어머니의 심정은 이해를 못하는 바 아니지만, 요새 나의 고민은 이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하는 것인가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진정 천안함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장병들을 위한 길일텐데, 정부의 말, 혹은 언론에서 떠드는 시덥잖은 소리를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이런 분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해 가야 할까.

알다시피 나는 얼마전 북한 인권에 관한 전시회 준비에 몸 담았었고, 그를 위해 사람들에게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알리고 도와달라는 말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나서 부터, "지금 북한이 우리를 쏴죽이는 판에 누굴 돕자는거야" 라는 식의 논리에는 할 말을 잃었다. 과연 그런 논리에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아니, 설득이 가능하기는 한걸까.




흥분하고 감정을 앞세우기 전에
먼저 왜 우리땅인지, 왜 지켜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니까.

바로 전 대통령 께서는 이리 정확히 알고계신데,
그것까진 바라지도 않으니 
임기 끝날때 까지만이라도
부끄럽게 헛소리 하고 다니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




어머니의 밥 그릇

from blahblah 2010/01/24 22:49



언제부턴가 '엄마' 라는 말이 슬프다.
엄마, 그리고 아빠, 부모라는 존재를 생각 하면 어느새 부턴가 그토록 가슴이 짠하고 애닲다.

어느 날은 엄마가 밥상에 놓인 생선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8남매의 맏 딸로 태어나, '큰 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 식구의 끼니를 챙기고 살림을 도맡아 해야 했는데,
10명이나 되는 입을 먹여야 했으니 여간 큰 살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아직도 손이 커 한 번 했다 하면 기본 3인분이다.)

그랬으니 밥상에 생선을 한 번 올리려고 해도, 한 점 먹기가 영 눈치가 보이는 것이 아니었는데,
엄마는 외할아버지가 생선 머리를 즐겨 드시기에 생선 머리를 좋아하시는 줄 알고
밥상에 생선을 올리거나 생선이 들어간 찌게나 탕을 끓일 때면
항상 머리는 먼저 떼어 외할아버지께 드리곤 하셨단다.

그런 엄마가 시집을 가서, 나를 낳고 나서야
할아버지가 생선 머리를 좋아하셔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식들 먹으라고 그러셨던 것을 알았다고,
자기는 그것도 모르고 할아버지 한테 늘 머리만 드렸다며
엄마는 목이 메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내가 중학생 무렵일까.
그 때는 그 이야기가 그냥 재밌는 이야기 같았는데,
이제는 나도 엄마를 생각하면 목이 메이니,

아, 엄마한테 생선이라도 구워드려야겠다.

머리는 내가 먹고, 
살은 예쁘게 발라서 엄마 다주게. 


Lost

from blahblah 2009/10/30 21:22

한 일주일 쯤 전 부터인가, 입 맛 없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사실 그건 입 맛이 떨어진게 아니라
그간의 미친 식욕이 잠시 주춤하고 정상으로 돌아온 것일 뿐이었단걸,

오늘 아침 
살기 위해 먹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밥 숟갈을 떠넣은 순간 번쩍 깨달았다.

아, 입 맛이 없다는건 이런거였어.

아무런 맛이 안느껴져서 도무지 어떤거든 세 입 이상 먹을 수 없는 그런 것.
참을 인 자 세 번에 세 입씩 골고루 집어먹고 모두 쓰레기통으로 직행.

정말 입 맛이 뚝 떨어진게 이런건가 싶어 시험하는 기분으로 죽고 못사는 와플도 한 개 사먹어봤는데,
평소에는 한박스 사서 그 자리에서 일단 세 개 쯤 해치우는 내가 세 입 먹고 가방에 넣어뒀다.
이건 그래도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

입 맛을 잃어서

그래서 내 유일한 낙이던 요리도 손 놓고 
그래서 요새 열심히 쓰던 글도 손 놓고
그러고 나니 손에 쥐고 있던 전부를 잃어버린 기분.

몽땅 잃어버린 기분.




될 때 까지 한 번,

from blahblah 2009/10/18 13:16








 처음 요리에 재미를 붙여 신나게 만들땐, 그저 그럴싸하게 흉내만 내도 자신이 얼마나 뿌듯하던지, 처음 만들어 본 건데 이정도면 훌륭한걸? 하고 속으로 스스로를 추켜세우며 신나하곤 했었다. 어쩌면 그랬으니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요리를 하면 할 수록 욕심만 늘어서, - 그렇다고 어디서 제대로 배우거나 제대로된 책 한 권도 보지 않은 주제에 - 이제는 눈이 빠지도록 공들여 만든 요리가 내가 의도했던 맛이 나지 않기라도 하면 크게 실망해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못먹을 정도로 엉망이 된 것도 아닌데, 단지 설탕을 많이 넣어 생각보다 너무 달아졌거나, 아니면 over cook 하는 바람에 수분이 많이 날아가 식감이 좋지 않다거나 할 때 마다, 나는 이내 곧 풀이 죽어 입맛이 뚝 떨어지는 버리는 것.

 내 열정과 애정이 담겼으니, 왜 실망하지 않을 수 없겠냐 마는, 따지고 보면 그렇다고 될 때 까지 열심히 다시 만들어 본다거나 더 연구를 한 것도 아니잖아? 물론 맘에 안드는 요리를 앞에 놓고 어디서 잘못 한 걸까 이리 저리 고민을 해보긴 하지만, 그것도 그 뿐. 또 다른 새로운 요리를 만들 궁리에 바빠 다시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 따위의 당찬 생각은 멀찌감치 제껴두고 새로운 꺼리에 몰입 또 몰입. 그래 내가 이렇다.

 그런데 이게, 그래 또 다시 생각해보면 그래. 처음엔 흉내만 내는 걸로도 만족해 했던 내가, 지금은 재료를 처음 썰고 다듬을 때 부터 완성 되었을 때의 모양과 색깔을 생각하고, 순서를 차분히 정해서 시간을 단축하고, 완성된 그 시간에 여러 요리가 같은 온도로 서빙 될 수 있을 타이밍을 생각하고, 양념과 재료의 궁합과 비율을 생각하며 요리를 하게 되었으니까, 그러니까 내 기대치와 기준이 저만치 올라갔으니 그걸 만족하는 요리가 되기 어려워진 것이 당연한거잖아. 

 잘하고 싶다. 더 잘하고 싶어. 어디가서 배우든지, 아니면 혼자서 죽어라 책을 파던지. 어쨌거나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만으로도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야. 인내심은 눈꼽만치도 없는 내가 꾹 참고 차분하게 될 때 까지 해보겠다는 생각을 갖는것 자체가 말이야. 이건 분명 신나는 일이니까. 내 안에 무언가가 꿈틀 꿈틀 대는 느낌이, 무언가가 내 안에 꿈틀대며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이 생명력 가득한 느낌이. 

 내가 말했지, 극을 지나치면 나는 또 다른 내가 된다고. 될 때 까지 해볼께. 비겁하게 접어두고 피해가는 거, 잘할 수 있는 것만 골라 하는 거. 그렇게 하지 않을거야. 끈기 없고 지구력 제로인 내가. 이런 마음을 먹게 되었다니 기쁘다. 그치!




  

  

뭐, 나쁘지 않아

from blahblah 2009/09/11 10:11

요새 이 곳에 자주 오지 못하는 이유는,
그러니까 그 이유를 잠자코 골똘히 생각해봤더니,

요새 온통 요리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에 -

라고 결론을 내렸다.

난 한가지에 몰두하면 다른 것은 잘 보지 못하니까,
근데 이게 참 문제인거다.

뭘 하고 있으면 전화소리도 잘 못 듣고 누가 불러도 잘 못듣고
노래를 듣느라 이야기를 잘 못듣기도 하고
운전하면서 전화는 절대 못할 뿐 더러,
심지어 운전중엔 대답도 잘 못한다니까.

암튼 동시에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나는
흥미 있는 일이면 뭐든 금방 빠져버리곤 해서 열심이게 되지만
그 흥미가 그리 오래가기란 또 쉽지 않아 
이 것 저 것 손 대고 벌려놓기 일쑤지만
정작 끝장을 보는 일은 드물어서,
하나에 꽂혀서 그거 하기 시작하면, 하던 건 나몰라라 내버려 두고
주변 사물, 사람, 상황, 모두 fade out 해버리고는
정줄 놓고 있기가 여러번.

그래도 뭐,
왜 그런 애 있잖아.
딱히 뭐가 대단하다 정말 잘한다 하나 내세울만한 건 없는데,
이것 저것 두루두루 나쁘지 않게 곧잘 해내는,
난 뭐 그런 타입인가 보다 하고 스스로 위로중.

블로그를 하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요리를 하고 싶다, 다시 제대로 일 해보고 싶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어느 것 하나도 놓지도 쥐지도 못하고
하나에만 몰입하지도 못하고
그래서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거라고 늘상 자책해왔는데 말이지,

근데 오늘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두루두루 돌아가며
내 하고 싶은 것 그 때 그 때 조금씩 하며 살아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한가지만 죽어라 파서 제대로 하는 것도 좋겠지만
난 한 가지만 하다 죽기엔 궁금하고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어떻게 하겠어.

이렇게 - 

내가 하고 싶은 것 조금씩 조금씩
내 wish list에 하나씩 줄을 그어가며
그렇게 살겠어.

뭐, 나쁘지 않잖아?

일 복

from blahblah 2009/08/25 21:27

어딜가나 일 복 하나는 끝내준다.

전생에 일 못하다 죽은 백수 귀신이 붙은건지.
일 하려고 마음만 먹을라 치면 바로 풀가동.

뭐, 뭐든 내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긴 한데, 

아니 그래도 그렇지,
보통 인터뷰 하고 다음 주 부터 해보자고 하거나,
아니면 설사 인터뷰때 언제 부터 나오라고 했다가도,

며칠 안에 혹은 몇 시간 안에 전화가 다시 와서 
'내일 부터 당장 나올 수 있겠느냐' 고 하시니

...아무래도 편히 살 팔자는 아닌가보오 -



조금 더 drive me crazy

from blahblah 2009/08/18 12:32

푹 - 쉬었다.

며칠 잘 쉬며 맛있는 것도 해먹고, 마음 편히 푹 자고 늘어져 있었다.
가끔 몸이 차거나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것 같은 때를 빼고는 몸도 괜찮은 편이다.

마음은,

마음은 아직 무어라고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무언가가 나를 통과하고 있으나 역시 과정중에 있는 까닭에.
그러나 평안을 찾고 있다.

이제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야지.

조금 더 많이 읽고, 조금 더 많이 쓰고, 조금 더 많이 뛰고, 조금 더 해야한다.

나는 조금 더 미친짓을 해야만 해.

미친듯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