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에 해당되는 글 5건

  1. 상실의 시대 2009/07/20
  2. 상실의 시대 2009/07/10
  3. 무라카미 하루키와 눈을 감자 2009/06/21
  4. 상실의 시대 2009/01/30
  5. 하루키의 여행법 2009/01/09

상실의 시대

from letter box 2009/07/20 01:06

무엇인가를 생각해야지, 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알수 없었다.
게다가 솔직하게 말해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할때가 오겠지...
그때가서, 천천히 생각하자고 나는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ㅡ
             
       

상실의 시대

from letter box 2009/07/10 21:53

마치 내 몸이 두개로 갈라져서 
밀고 당기는 듯 한 느낌이 들어.
한복판에 굉장히 굵은 기둥이 서 있어서,
그 주위를 빙빙돌며 술래잡기를 하는거야.

꼭 알맞은 말이란, 늘 또다른 내가 품고 있어서
이쪽의 나는 절대로 따라잡을 수가 없게 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난 군것질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고구마나 견과류 같은 할머니 간식이 오히려 내 취향. 물론 그런 나도, 유일하게 먹는 과자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눈을 감자'. (두둥)  놀랍게도 내가 눈을 감자를 사랑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일본의 대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때문이었다. 뭐 이게 웬 소 풀 뜯어먹는 소린가 싶겠지만... 사실이다. 


눈을 감자 , 마음의 동요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슬픔이나 고독감을 넘어선 , 
나 자신의 존재를 부리째 뒤흔드는 듯한 ,
깊고 커다란 물결이었다.
그 물결의 일렁임은 언제까지나 계속되었다.
나는 벤치의 등받이에 팔꿈치를 대고, 그 일렁거림을 견뎌 내고 있다.
아무도 나를 도와 주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구제할 수 없는 것이다.
바로 내가 그 누구도 구제할 수 없는 것과 똑같이.



 하루키에 대해 드문 드문 알아가고 있던 그 즈음 현이언니가 짤막한 댓글로 추천해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늘 그렇듯 불같은 바람이 들어, 도서관으로 곧장 달려가 책을 집어 들고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는 단숨에 읽어내버렸다. 가슴을 두드리는 한 구절 한 구절을 다이어리 한 구석에 빼곡히 써내려 가며 마음에 담고, 되새기고, 그로도 모잘라 어느 날엔 홈페이지 한 구석에 저 구절을 올려놓았는데, 나의 10년지기 베스트 K양께서 이리 댓글을 달아 놓으셨다.

K***** : 눈을감자 맛있는데..뭔가 하고 읽어보려다 '눈을감자' 보고 암생각도 안드네 (2006.07.19 00:42)  
acowa : ㅋㅋㅋㅋ 눈을 감자는 뭐니ㅋ 어떤 맛이야 궁금해 ㅋ (2006.07.19 01:24)   
K***** : 생감자맛 ..먹고싶어졌다.. (2006.07.20 01:04)  
  

 이것이 나와 무라카미 하루키와 눈을 감자의 인연. 

  '눈을 감으면 생각나는 눈을 감자' 이 마법의 주문 같은 카피는 대체 누가 지으셨는지. 그 날 이후 나도 좋아하는 과자를 갖게 되었으니, 그대들 나를 위하야 편의점에 가시거든, 뭐 먹을래 하고 물어보지도 말고 그저 '눈을 감자'만 사다주시면 된다. 나는 눈을 감자 이외에 과자는 거의 먹지 않으니까. 뭐 가끔 눈을 감자가 없을 때 대용으로 '구운 감자' 정도.

 그러나 저러나 하루키의 저 소설을 다시 읽어야 겠구나. 비로소 나는 지금 하루키가 말하고 있는 저 세계의 끝에 와 있으니.

 


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어떤 시점에서부터인가 내 인생과 삶의 방식들을 일그러뜨리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까지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누구도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뒤틀린 인생을 남겨 두고 소멸해 버리고 싶지 않다. 
내게는 내 뒤틀린 삶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봐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나 자신에 대한 공정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는 나의 삶을 그대로 남겨 두고 홀로 갈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의 소멸이 어느 누구에게도 슬픔을 주지 않고, 
또 어느 누구의 마음에도 공허함을 남기지 않는다 해도, 
혹은 또 그 어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은 단지 나의 문제다.

분명히 나는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잃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더 이상 잃어버릴 것은 나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묘하게도 내 안에는 상실된 것들의 잔재가 마치 앙금처럼 남아 있어 ,
내가 지금까지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나는 이 세계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지 않다.

눈을 감자 , 마음의 동요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슬픔이나 고독감을 넘어선 , 
나 자신의 존재를 부리째 뒤흔드는 듯한 ,
깊고 커다란 물결이었다.
그 물결의 일렁임은 언제까지나 계속되었다.
나는 벤치의 등받이에 팔꿈치를 대고, 그 일렁거림을 견뎌 내고 있다.
아무도 나를 도와 주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구제할 수 없는 것이다.
바로 내가 그 누구도 구제할 수 없는 것과 똑같이.

순간 소리를 내어 울고 싶었다.
하지만 울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기에는 너무나도 나이를 먹었고, 
너무나도 많은 일들을 경험해 왔다.
이 세계에는 눈물조차도 흘릴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고,
혹시라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해도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런 슬픔은 다른 어떤 형태로도 바뀌어지지 않고
다만 바람 없는 밤의 눈처럼 그냥 마음에 조용히 쌓여 가는, 
그런 애달픈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젊었을 때 ,
나는 그런 슬픔을 어떻게 해서든 언어로 바꾸어 보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보아도 아무에게도 전할 수 없었고 ,
심지어 나 자신에게조차 전할 수 없어 그만 단념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언어를 폐쇄시키고 , 나의 마음을 닫아 갔다.
깊디깊은 슬픔에는 눈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조차도 없는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중에서 




상실의 시대

from letter box 2009/01/30 22:25

 " 아마도 너무 오래 기다린 탓일지도 몰라. 
   난 굉장히 완벽한 걸 원하고 있거든. 
   그래서 어렵다고 생각해. "

" 완벽한 사랑을? "

" 아니, 아무리 내가 욕심쟁이라지만 거기까진 바라지 않아.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내 마음대로 하는 거야.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하는것. "

" 난 그렇게 해서 받은 것만큼 어김없이 상대방을 사랑할꺼야 "

                    

하루키의 여행법

from letter box 2009/01/09 12:39

지도를 펴놓고 내가 아직 가 본 적 없는 곳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마녀의 노래를 듣고 있을 때처럼 마음이 자꾸만 끌려 들어간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이 느껴진다. 

아드레날린이 굶주린 들개처럼 혈관 속을 뛰어 다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피부가 새로운 바람의 산들거림을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느낄수 있다. 

문득 떠나고 싶다는 강한 유혹을 느낀다. 

일단 그곳에 가면, 
인생을 마구 뒤흔들어 놓을것 같은 

중대한 일과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